[2호] 예술감독의 편지 — 올해 SPAF가 묻는 것 💌
(글. 김미지) |
|
|
관객 여러분께,
지난 호에서 전해드린 포스터에 담긴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여러 겹으로 겹쳐진 그 장면들이 던진 질문에, 이번에는 예술감독이 직접 답합니다 📬 |
|
|
📌 한눈에 보기
— '예술의 다중우주'는 물리학 용어가 아닙니다. 예술감독이 왜 이 말을 올해의 주제로 택했는지, 예술감독의 편지로 직접 전합니다. ⏱️ 예상 소요 시간 4분 |
|
|
Q.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주제를 ‘예술의 다중우주’로 정하셨습니다.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두 가지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예술 자체가 본질적으로 다중우주적이라는 점입니다. 예술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창조합니다. 어떤 예술가는 동시대 사회를 이야기하고, 어떤 예술가는 기억과 감정을 탐구하며, 또 어떤 예술가는 새로운 형식과 미학을 실험합니다. 그렇게 예술가가 만들어내는 각각의 세계는 하나의 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정보와 취향, 관심사를 소비하며 살아갑니다. 각자가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시대인 만큼, 서로 다른 세계들이 어떻게 공존하고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질문이 올해 축제 주제인 ‘예술의 다중우주’로 이어졌습니다. |
|
|
Q. 그렇다면 예술감독님이 말하는 ‘예술의 다중우주’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말하는 ‘예술의 다중우주’는 물리학적 개념으로서의 다중우주가 아닙니다. 그것은 예술을 매개로 생성되는 감각과 경험, 기억과 상상력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오늘날 알고리즘은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정보와 세계를 제공하지만, 그 세계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예술은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합니다. 극장은 각자의 경험과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하나의 작품을 경험하는 장소입니다. 물론 관객들은 모두 다른 해석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차이가 단절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감각과 경험이 만나고 공명하며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축제의 주제인 ‘예술의 다중우주’는 수많은 세계가 존재한다는 선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들이 관계를 맺고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 바로 그 만남과 연결을 이야기합니다. |
|
|
Q. 관객 입장에서는 축제에 초청된 개별 작품들이 이 거대한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작품이 ‘다중우주’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어떤 작품은 지독한 사회적 현실을, 어떤 작품은 첨단 기술을 이야기하죠. 여기서 핵심은 개별 작품의 내용보다, 작품들이 축제 안에서 함께 만들어내는 ‘관계’입니다. 올해 축제에는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미학과 문제의식을 가진 작품들이 공존합니다. 각각의 작품은 하나의 독립된 우주이지만, 축제 안에서 서로 만나고 관객과 연결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관객 역시 작품과 작품 사이를 이동하며 자신만의 연결과 해석을 만들어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의 다중우주’는 서로 다른 세계들이 공존하고 교차하는 축제,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
|
|
Q. 늘 명확한 방향성으로 라인업을 구축해 오셨는데, 올해 특별히 주목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첫 번째는 ‘지역성과 초지역성’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아시아 극작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시대 아시아의 창작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올해는 한국, 남미, 아시아의 다양한 역사와 기억, 그리고 디아스포라와 같은 동시대의 문제들을 함께 조망하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는 ‘창작미학의 경계 실험’입니다. 기술, 음악과 사운드, 설치미술,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기존 공연예술의 형식을 확장하는 작품들에 주목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새로운 예술 언어가 되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세 번째는 ‘동시대 무용언어의 확장’입니다. 몸은 더 이상 움직임만을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와 관계를 사유하는 매체가 되고 있습니다. 올해 무용 프로그램은 몸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의미와 감각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
|
|
<세 번째 전쟁>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
|
|
Q. 최근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을 비롯해 해외 축제 및 기관들과의 중장기적인 협업이 돋보입니다. 감독님에게 국제교류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국제교류를 단순히 작품을 주고받는 과정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술가와 예술생태계 사이에 지속적인 관계를 만드는 일입니다. 올해 역시 아비뇽페스티벌과의 협력을 비롯해 다양한 국제 파트너십을 이어갑니다. 특히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한-프랑스 협업 프로젝트는 제주4·3이라는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새로운 예술적 맥락 속에서 만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결국 국제교류는 작품의 이동이 아니라 예술가와 관객,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다중우주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
|
아비뇽 페스티벌과의 협력을 통해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제 1장 '새'를 낭독극 형식으로 선보인 공연, 새(Oiseau)의 한 장면.
© Christophe Raynaud de Lage / Festival d'Avignon
|
|
|
Q. 마지막으로 올해 SPAF를 찾은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 어떤 경험과 감각을 가져가길 바라시나요?
극장은 참 묘한 공간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 불이 켜진 뒤, 서로 다른 해석들이 부딪히고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을 참 좋아합니다. 관객들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작품을 보지만, 각자의 기억과 삶의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을 품고 돌아갑니다. 누군가는 정치적 메시지를 읽고, 누군가는 개인의 상처를 치유 받죠.
중요한 것은 그 차이가 분열이나 단절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공연이 끝난 뒤 대화가 시작되고 서로 다른 해석이 부딪칠 때, 비로소 개인의 우주는 타인의 우주와 연결됩니다. 올해 축제가 관객분들에게 서로 다른 세계들이 공명하고 관계 맺는 '가능성의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
|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올해 라인업 속 작품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앞으로 이어질 소식들을 통해, 2026 SPAF가 준비한 무대를 하나씩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서울국제공연예술제 SPAF 2026. 10. 8 – 10. 25
#SPAF #SPAF2026 #서울국제공연예술제 #SeoulPerformingArtsFestival |
|
|
|